서론 – 화려하지 않아도 빛나는 진짜 이야기의 도시들
우리는 여행을 계획할 때 보통 유명한 관광 도시나 수도를 먼저 떠올리곤 합니다. 하지만 세상에는 관광객의 발길이 많지 않더라도, 깊은 문화와 역사를 품고 있는 숨은 도시들이 많습니다. 이 도시들은 크지 않지만, 오히려 작기 때문에 더 잘 보존된 전통과 사람들의 삶을 마주할 수 있으며, 우리의 일상 속 고정관념을 흔드는 색다른 시선을 제시해 줍니다.
이번 글에서는 문화적 혹은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그리고 기존에 소개되지 않았던 해외 소도시 3곳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바로, 튀르키예의 사프란볼루(Safranbolu), 콜롬비아의 몬폭(Mompox), 그리고 **헝가리의 퍄르츠(Pécs)**입니다.
이 도시들은 각각 동서양의 전통과 식민지 역사, 그리고 유럽 다문화의 교차점에서 특별한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목차
- 튀르키예 사프란볼루(Safranbolu) – 오스만의 숨결을 간직한 도시
- 콜롬비아 몬폭(Mompox) – 시간을 잃어버린 식민 도시
- 헝가리 퍄르츠(Pécs) – 다문화와 예술의 공존 도시
1. 튀르키예 사프란볼루(Safranbolu) – 오스만의 숨결을 간직한 도시
🏙️ 도시 소개
사프란볼루는 튀르키예 북부 흑해 연안 내륙 지역에 위치한 소도시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어 있습니다.
이 도시는 오스만 제국 시대 상인들의 중간 기착지로 사용되었으며, 전통 오스만 양식의 주택이 수백 채 이상 원형 그대로 보존되어 있는 점이 큰 특징입니다.
하얀 벽과 갈색 나무 창틀로 꾸며진 집들은 대부분 2~3층 구조로, 당시 중산층의 생활양식과 건축미를 고스란히 담고 있습니다.

🧺 현지 라이프스타일
사프란볼루의 주민들은 전통적인 생활을 자랑스럽게 이어오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가정집을 개조한 전통 호텔(코낙)이나 소규모 식당을 운영하며, 손님들에게 오스만 시대의 분위기를 체험하게 해 줍니다.
이 도시는 빠르게 변화하는 도시들과는 달리, 정해진 리듬대로 하루가 흘러가는 도시입니다. 아침에는 수공예 상점이 하나둘 문을 열고, 시장에서는 향신료와 사프란, 수제 비누, 동그란 빵들이 오갑니다.
🍲 대표 음식 & 문화
사프란볼루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사프란(saffron) 생산지로 유명합니다.
대표적인 음식으로는 사프란을 넣은 사프란밥(Pirinç Pilavı), 그리고 지역 전통 디저트인 로쿰(Turkish Delight)이 있으며, 허브차와 함께 즐기기 좋습니다.
도시 내에서는 오스만 시대 전통 예복을 입고 사진을 찍는 체험, 터키식 찻집에서의 유유자적한 시간 등이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또한 매년 사프란 축제가 열리며, 지역 문화에 대한 자긍심이 넘치는 행사들이 이어집니다.
2. 콜롬비아 몬폭(Mompox) – 시간을 잃어버린 식민 도시
🏙️ 도시 소개
몬폭(Mompox)은 콜롬비아 북부 마그달레나 강변에 위치한 조용한 식민 도시입니다.
스페인이 남미를 지배하던 시절, 카르타헤나에서 내륙으로 들어오는 주요 교역항으로 사용되었고, 당시의 스페인식 건축과 도시 구조가 지금도 거의 그대로 유지되고 있습니다.
콜롬비아의 노벨문학 작가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가 영감을 얻었던 도시 중 하나로 알려져 있으며, 도시 전체가 마치 그의 소설 속 배경처럼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 현지 라이프스타일
몬폭의 주민들은 도시의 느린 리듬을 사랑합니다. 시간 개념보다 햇살과 강물의 흐름에 따라 생활이 정해지는 이곳은, 중남미식 슬로우 라이프의 전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젊은이들은 학교가 끝나면 강변에 모여 연주나 댄스를 즐기고, 어르신들은 나무 의자에 앉아 지역 신문을 읽으며 하루를 보냅니다. 작은 상점들과 수공예 공방에서는 금세공, 도자기, 가죽 공예 등 지역 특유의 장인 문화가 여전히 살아 있습니다.
🍛 대표 음식 & 문화
몬폭에서는 콜롬비아 전통 음식인 바나나 잎에 싸서 쪄낸 타말(Tamal), 생선 수프(Sancocho de pescado) 등이 매우 유명합니다.
이 지역은 강이 가까워 생선을 중심으로 한 요리가 발달해 있으며, 아침마다 열리는 시장에서는 신선한 과일과 수제 과자가 가득합니다.
문화적으로는 부활절 기간 동안 열리는 성주 간 행렬(Holy Week Processions)이 특히 유명하며, 도시 전체가 하나의 제의 공간으로 변하는 특별한 체험이 가능합니다.
3. 헝가리 퍄르츠(Pécs) – 다문화와 예술의 공존 도시
🏙️ 도시 소개
퍄르츠는 헝가리 남부에 위치한 소도시로, 과거 로마 제국의 식민지였으며, 이후에는 오스만 투르크,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의 지배를 받으며 다양한 문화가 뒤섞인 도시로 성장했습니다.
도시 곳곳에 로마시대 유적과 모스크, 고딕 성당, 세련된 오스트리아풍 건물이 공존하는 문화의 층위가 깊은 도시입니다.
2010년에는 유럽 문화 수도(European Capital of Culture)로 선정되며 국제적으로도 그 가치를 인정받았습니다.
🧑🎨 현지 라이프스타일
퍄르츠는 예술가와 지식인이 많이 모여 사는 도시입니다. 헝가리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 중 하나인 퍄르츠 대학교가 있어 젊은 학생들로 활기가 넘치며, 거리에는 갤러리, 중고서점, 라이브 음악 공연장이 많이 분포해 있습니다.
주민들은 주말마다 열리는 벼룩시장이나 문화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도시 전체가 하나의 열린 예술 공간처럼 운영되고 있습니다.
🧀 대표 음식 & 문화
헝가리 전통 요리인 굴라시(Gulyás), 치르케 파프리카시(Csirke Paprikás) 등은 물론이고, 퍄르츠 지역에서는 오스트리아, 발칸 지역 영향을 받은 스튜와 치즈 요리들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문화적으로는 초서민 화가들의 작품 전시, 유네스코 지정 초기 기독교 유적 탐방, 음악 페스티벌 등이 매년 개최되어 깊이 있는 문화체험이 가능합니다.
결론 – 소도시, 삶의 진짜 이야기가 숨 쉬는 공간
사프란볼루, 몬폭, 퍄르츠는 단순한 여행지 이상입니다.
이 도시들은 거대한 역사의 흐름 속에서 소외되지 않고 자신들만의 색깔을 간직한 채 살아가는 공간입니다.
관광명소로 알려지진 않았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여행자는 그 안에서 진짜 삶의 속도와 사람들의 이야기를 만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