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매력을 지닌 해외 소도시 3곳 – 고요한 감동을 담다
여행은 단지 장소를 옮기는 일이 아니다. 익숙하지 않은 풍경 속에서 잊고 있던 감정, 사라진 시간, 새로운 삶의 모습을 발견하는 일이다. 특히 덜 알려진 소도시에서의 경험은 더 진하고, 더 오래 기억에 남는다.
이번에 소개할 세 곳은 ‘관광지’라기보다 ‘살아 있는 문화 공간’에 더 가깝다. 여행자가 머물며 느끼고, 걷고, 향기를 기억하는 곳. 이제 그 특별한 세 도시를 함께 걸어보자.
목차
- 모로코 아이트 벤 하두(Aït Benhaddou)-고대 흙 성벽이 지키는 사막의 마을
- 슬로바키아 바르데요프(Bardejov) – 유럽의 숨겨진 고딕 마을
- 베트남 호이안(Hội An) – 고요한 물길 따라 흐르는 문화유산의 도시
1. 모로코 아이트 벤 하두(Aït Benhaddou) – 고대 흙 성벽이 지키는 사막의 마을
📍 도시 소개
아틀라스 산맥을 넘어 마라케시에서 약 180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아이트 벤 하두(Aït Benhaddou)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고대 마을이다. 사하라 사막의 거센 바람과 햇살 속에서 수백 년을 버텨온 이곳은 점토와 지푸라기로 만들어진 흙 성채(Ksar) 구조로 유명하다.
흙빛 마을은 영화나 드라마 속에서 자주 등장하는 장소이기도 하다. 『글래디에이터』, 『왕좌의 게임』, 『미라』 등의 배경지로 사용되었을 만큼 압도적인 비주얼과 고요한 신비로움을 간직하고 있다.

🏡 현지 라이프스타일
- 현재 마을 안에 상주하는 주민은 약 10가구 남짓이지만, 마을 전체는 전통적인 베르베르 양식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 흙 성벽 안에 들어서면 시간의 흐름이 멈춘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으며, 손으로 만든 도기, 직물, 향신료 상점들이 골목마다 펼쳐져 있다.
- 주민들은 전통 베르베르 복장을 입고 손님을 맞이하며, 다과로 민트 차와 쿠스쿠스를 대접하는 문화가 여전히 살아 있다.
🍵 대표 음식 & 문화
- 타진(Tagine): 점토 냄비에 양고기, 채소, 향신료를 넣고 오랜 시간 익힌 요리로, 이 지역의 대표적인 전통 음식이다.
- 민트 차(Thé à la Menthe): 환영의 의미로 대접하는 음료로, 달콤하면서도 상쾌한 맛이 인상적이다.
- 마을에서는 비정기적으로 베르베르 민속 음악 공연이 열리며, 드럼과 전통 현악기의 리듬이 모래바람 사이로 퍼진다.
2. 슬로바키아 바르데요프(Bardejov) – 유럽의 숨겨진 고딕 마을
📍 도시 소개
슬로바키아 동북부에 위치한 바르데요프(Bardejov)는 소박하지만 정제된 아름다움을 가진 중세 도시다. 14세기부터 유럽 무역의 요지로 번성했던 바르데요프는 고딕과 르네상스 양식이 조화를 이루는 독특한 건축미로 유명하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있다.
중앙 광장에는 성 에길하르트 성당과 중세 마을회관, 그리고 붉은 지붕을 이고 선 고풍스러운 집들이 어우러져 있으며, 전체 도시가 마치 유럽의 옛 동화책 속 삽화처럼 느껴진다.
🏡 현지 라이프스타일
- 주민들은 전통 슬로바키아식 가옥에서 생활하며, 손으로 짠 직물, 목재 장식, 수공예 도자기 등의 공예 문화가 지금도 살아 있다.
- 도심 주변에는 온천이 있어, 헝가리 귀족들이 요양하던 역사적 기록이 남아 있다.
- 관광객은 많지 않아, 지역 주민과 직접 교류하며 슬로바키아의 실생활을 체험할 수 있는 도시로 손꼽힌다.
🥣 대표 음식 & 문화
- 브린조베 할루쉬키(Bryndzové Halušky): 감자 반죽과 양젖 치즈로 만든 슬로바키아 전통 음식으로, 부드럽고 고소한 맛이 특징이다.
- 클로바스(Klobása): 마늘과 향신료가 들어간 슬로바키아식 소시지로, 맥주와 함께 곁들이기 좋다.
- 매년 가을에는 중세 문화 축제(Bardejov Medieval Festival)가 개최되어, 기사 복장을 한 주민들의 퍼레이드와 전통 음악 공연이 열린다.
3. 베트남 호이안(Hội An) – 고요한 물길 따라 흐르는 문화 유산의 도시
📍 도시 소개
베트남 중부에 위치한 호이안(Hội An)은 15~19세기 무역항으로 번성했던 도시로, 유럽, 중국, 일본의 건축양식이 한 곳에 섞인 독특한 유산 도시다.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으며, 노란 벽과 붉은 기와, 고요한 투본 강이 어우러진 풍경이 많은 여행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야경이 특히 아름다워, 등불이 켜진 저녁 무렵에는 마을 전체가 시간이 멈춘 듯한 분위기로 바뀐다.
🏡 현지 라이프스타일
- 현지 주민들은 대부분 수공예와 소규모 상점, 카페 운영 등 관광업에 종사하면서도, 전통을 지키며 살아간다.
- 씨클로(Cyclo)라 불리는 인력 자전거와 도보가 주요 교통수단이며, 대형 차량은 마을 중심으로 들어올 수 없다.
- 호이안에서는 전통 의상 '아오자이' 맞춤 제작을 체험할 수 있고, 지역 장인과의 공예 체험도 가능하다.
🥟 대표 음식 & 문화
- 까오러우(Cao Lầu): 호이안에서만 맛볼 수 있는 국수 요리로, 쫄깃한 면과 삼겹살, 허브가 어우러진 향토 음식이다.
- 화이트 로즈 덤플링(White Rose Dumplings): 쌀피에 새우나 고기를 넣고 장미꽃처럼 모양 낸 호이안 전통 만두.
- 매달 음력 보름에는 호이안 등불 축제(Hội An Lantern Festival)가 열리며, 투본 강 위로 수백 개의 등불이 떠오르고, 음악과 퍼포먼스가 도시를 물들인다.
✨ 마무리 – ‘적은 것 속에서 큰 것을 발견하는 여행’
아이트 벤 하두, 바르데요프, 호이안. 이 세 곳은 각기 다른 대륙과 문화권에 속해 있지만, 모두 소도시만의 정체성과 깊이 있는 문화유산을 지니고 있다. 대도시의 편리함과는 다른, 사람과 삶, 전통이 중심이 되는 공간에서 여행자는 더 많은 것을 보고 느낄 수 있다.
조용한 골목길, 오래된 시장, 천천히 흐르는 삶의 속도. 이런 곳에서의 여행은 잠시 멈추어 자신을 돌아보게 한다. 다음 여행지로 이런 숨겨진 소도시들을 선택해 보자. 진짜 여행의 감동은 그런 곳에서 시작된다.